함께 살아가는 것
겨울은 언제나 가장 먼저, 가난한 자의 어깨에 내려앉는다.바람은 무딘 칼이 되어 살을 벤다.사람들의 시선은 모서리를 돌아, 그들을 외면하고 스쳐 지나간다.거리는 따뜻한 집의 반대편에 있다.벽돌로 세운 집이 아닌,지하도, 역사, 공원의 후미진 곳에이름도, 존엄도 지워진 절망하는 이들이 산다.그곳에서 사람은 사람이 아닌 듯 살아간다.여러 해 전 겨울, 노숙인 급식 봉사를 나갔다. 패딩을 껴입고 손에 국자를 들고서, 얼어붙은 그들의 눈동자와 마주했다.추위를 이기려는 듯 어깨를 웅크리고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낡고 허름한 옷 속에 웅크린 삶들은 말이 없었고, 눈빛은 대체로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한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차디찬 바닥 위, 종이상자를 겹겹이 쌓아 만든 자리.그 위에 그는 두 손을 무릎에 얹은 채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