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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이가 들면서 눈물이 많아졌다.어떤 영화 한 편이 마음을 스칠 때, 예상치 못한 한마디가 가슴을 두드릴 때, 문득 쏟아지는 빗소리에 과거가 떠오를 때, 어느새 눈가가 젖어 있었다.어린 시절의 눈물은 단순했다.넘어지면 울었고, 장난감을 잃어버려도 울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눈물은 쉽게 흐르지 않았다. 그 한 방울이 떨어지기까지, 수많은 감정이 가슴속에서 숨죽이며 기다린다. 참아야 한다고, 견뎌야 한다고 자신을 스스로 다독이지만, 결국 어떤 날, 문득 흘러버리고 만다.그러나 이제는 안다.눈물은 약함이 아니라는 것을.그것은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무엇인가를 온전히 사랑하고, 깊이 아파했다는 표식이다.눈물에는 시간을 가두는 힘이 있다.세월의 결이 그 안에 녹아들어, 오래된 감정이 현재로 되살아난다.비..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사라진다. 그것이 진실이다.사람들은 흔적을 남기려 하지만, 바람이 지나간 자리처럼 결국 흔적마저 흐려진다.어떤 이들은 영원을 꿈꾼다.사라지지 않으리라 믿고, 이름을 새기고, 기억을 붙잡으려 한다.하지만 기억조차 죽는다.무덤 위에 세운 비석도 결국 부식되고,시간은 모든 존재를 한 줌의 먼지로 돌려놓는다.그럼에도 인간은 희망을 이야기한다.사라지는 것이 두려워서, 소멸을 견딜 수 없어서.죽음이 필연적임을 아는 존재는 인간뿐일지도 모른다.바위가 깎이고, 나무가 늙고, 강이 마르듯,자연도 쇠락하지만 슬퍼하지 않는다.오직 인간만이 시간 앞에서 몸을 떨고, 의미를 찾으려 한다.그래서 희망은 인간이 만든 환상인지도 모른다.그러나 환상이라 해도 아름다운 것.희망을 품은 자만이 무너진 자리에서도 다시 일어나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람들 사이로 스며고요한 온기와한 줌 햇살을 품은 나무처럼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뿌리는 깊이 두되머무름에 매이지 않고계절의 부름 따라 흐르는강물처럼 살 수 있으면 좋겠다당신을 향한 그리움이마른 가슴을 적시어저문 하늘을 곱게 물들며노을처럼 스며들 수 있으면 좋겠다우리의 사랑이끝없는 시간을 감싸안고별빛으로 반짝이며영원처럼 머물 수 있으면 좋겠다
틈은 스러진 것들의 쉼터,지친 존재들의 안식처.상처의 깊이만큼 포근한 품이 되어흙을 감싸고,씨앗을 틔어 낸다.사람들은 틈을 메우려 애쓰지만틈은 어디에나 스민다.굳게 다문 입술과 표정 사이,눈물 자국이 마른 뺨 위,외롭다는 말을 삼킨 목소리 끝에.틈은 그 결을 따라 빛의 문장을 새긴다.틈이 있기에 바람이 머물고,틈이 있기에 빛이 스며든다.틈을 지닌 마음만이누군가를 품고, 누군가를 살게 한다.틈이 깊을수록 더욱 고운 빛이 피어난다.눈물에 젖은 틈새에서숨결처럼 고운 노래가 들리고,어둠의 가장자리에서새벽을 깨우는 첫 빛이 열린다.
봄을 꿈꾸어도 좋으리 슬프다 하여, 그대여 너무 서러워 마라외롭다 하여, 그대여 저문 길을 탓하지 마라바람이 스치며 지나간 자리마다가녀린 나뭇가지 흔들린다 해도그 흔들림 또한 살아 있음의 몸짓이니저문 햇살이 하루를 덮고낙엽이 흩날리듯 기억이 덮여가도그리움은 여전히눈 속에 묻혀도 피어나는한 송이 들꽃처럼 숨 쉬고 있으리한 조각 희망마저구름 끝에 걸려 애처로이 출렁인다 해도그대여,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면바람 끝에 기대어 선 자작나무처럼흰빛의 인내로 서 있으면 되리겨울바람이 살갗을 저미는 밤이면지난날의 상처들이눈발 속에서 다시 솟아오르지만아픈 기억도 한때는온기를 품었던 순간이었음을어느 봄날,바람 한 점에도 흔들리는 풀잎처럼우리도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그러나 바람이 아무리 매서워도마음 깊은 곳, 뿌리만은 흔들리지 말기를삶이란..
당신은 모르겠지요 당신이 다녀간 날은해가 질 녘 하늘이 유난히 길었습니다.그날의 구름은 아직도 저기 걸려당신의 발자국을 흉내 냅니다.사랑이 서툴러 단정한 문장이 아니어서우리는 쉼표 사이를 떠돌았고어느 날은 마침표 앞에서 멈칫했지요.그러다 결국, 당신은 예고 없이 떠났습니다.그런데도 나는문득문득 당신을 읽습니다.책갈피 속 마른 꽃잎처럼이름 없이 남은 문장을 더듬습니다.문득 바람이 이름을 부르고나뭇잎이 조용히 속삭이면그제야 깨닫습니다내가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음을.당신은 모르겠지요어느 날 길을 걷다 문득나도 모르게 당신을 부르던 그 순간을그때처럼, 당신은 모르겠지요.아, 당신은 모르겠지요.오늘도 바람 소리는 당신 목소리로 불고나는 그 몇 마디에 기대어한동안, 그저 살아낸다는 사실을.
바람의 끝에서 구름은 어느덧 산맥을 넘고 있었다.온갖 바람을 등에 지고 흘러온 구름은산마루 저편에서 기다리는 햇살이자신의 눈물과 닮았음에 놀랐다.억새밭이 능선에 몰려들어한 번쯤 머뭇거릴 틈을 주면지는 해가 마지막으로 붉은 이유를비로소 아프게 깨닫는 것이었다.길이 끝나지 않았을 때가가장 평온한 순간이었다는 것도길이 끝나버린 후에야 알게 되는 것이었다.바람이 지나온 자리마다한때의 머뭇거림이 잎새에 남았고,억새는 그 손길을 오래도록 기억했다.그러나 부러지지 않은 것들은결국 잊혀지는 법,떠도는 바람이 그리움을 말할 때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외롭다고 숱하게 말했었지.정말 외로워지는 순간은그 말조차 입술에서 지워지는그때라는 것을.그립다, 그립다 되뇌었지.그건 오히려 따뜻함이었어.정말 그리워지는 순간은그리움마저 어디론가 흩어져..
그리움 당신을 떠올리는 날이면내 마음은 저절로 맑아집니다.마치 비 갠 뒤 투명한 아침 하늘 사이로 햇살이 스미듯 가슴 한쪽을 비추는 사람.당신을 떠올리면 며칠쯤 마음이 반짝입니다.묵은 나뭇잎 사이로 돋아난 새 이파리처럼한때는 선명했던 무언가가아직도 내 안에서 숨 쉬는 것만 같아서.당신과의 날들은모난 돌 위로 흐르는 개울물 같았지요.다듬어지진 않아도 리듬감있게서로의 결을 읽으며 흘러갔던 시간.그리움으로 여전히 당신의 계절 속에머물고 있습니다.그냥 스치려 하니이내 마음 한구석에 걸려버리는 이름.그날의 대화, 손끝에 닿았던 공기,눈길이 머물던 자리까지다 되돌아간 것 같은 착각 속에서 나는 잠시, 아주 잠시 시간을 되감아 머물다 갑니다.그러고는 다시, 아무 일 없던 듯 살아갑니다.하지만 당신은 모르겠지요.어느 날,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