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숲에도 곁이 있다
겨울이 지나간 자리마다
얇은 껍질이 벗겨지고
하얀 속살이 빛을 받는다
바람은 나무 사이를 흐르며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눈발이 닿은 가지 끝에서
가만히 흩어지는 목소리
나는 그 곁을 지나는 사람
발끝에 닿는 부스러진 낙엽
어느 겨울이 남긴 자국인지
손끝에 스민 적막한 향기
한때 바람의 그림자였던 것들
눈 속에 묻힌 채 숨 쉬는 것들
나무숲의 흰빛 아래
그리운 것은 모두 곁이 된다
나무는 나무의 곁을 만들고
나는 그 곁에 오래 머문다
기억의 잔해 위로 새봄이 내릴 때
숲은 다시, 나의 곁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