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나무들의 숲에도 곁이 있다
겨울이 지나간 자리마다
얇은 껍질이 벗겨지고
하얀 속살이 빛을 받는다

바람은 나무 사이를 흐르며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눈발이 닿은 가지 끝에서
가만히 흩어지는 목소리

나는 그 곁을 지나는 사람
발끝에 닿는 부스러진 낙엽
어느 겨울이 남긴 자국인지
손끝에 스민 적막한 향기

한때 바람의 그림자였던 것들
눈 속에 묻힌 채 숨 쉬는 것들
나무숲의 흰빛 아래
그리운 것은 모두 곁이 된다

나무는 나무의 곁을 만들고
나는 그 곁에 오래 머문다
기억의 잔해 위로 새봄이 내릴 때
숲은 다시, 나의 곁이 된다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5.02.24
나이가 든다는 것  (0) 2025.02.22
숨겨진 세상  (0) 2025.02.19
자작나무  (0) 2025.02.16
길 위의 쉼표  (0) 2025.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