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6) 썸네일형 리스트형 바람의 침묵 길을 걷는 이들의 발끝엔 바람에 쓸려온 침묵이 묻어있다. 그들의 그림자는 땅에 무겁게 매달리고, 발치마다 어둠의 파편들이 조용히 울음을 삼킨다. 묻고 싶지만 묻지 못한 말들은 목구멍 끝에서 자라난 가시처럼 아무리 삼켜도 쌓여만 간다.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바람은 다만 스쳐 가며 속삭인다, “너는 왜 너를 그렇게 묶으려고 하는가.” 그러나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고 바람 또한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단풍잎은 한숨처럼 날아올라 흔적 없이 사라졌다가 어디선가 또다시 흔들리며 떨어진다. 떨어진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붉게 물든 기억의 조각뿐. 그 조각들 속에는 가사 없는 노래가 흐른다. 밤이 오고, 서리는 은빛 손톱으로 잠든 마음을 톡톡 건드린다. 그 단단하게 묶여있는 매듭들, 숨이 막히도록 조이고 있는 감정의.. 이 하루는 오직 한 번의 무늬 비단결처럼 부드럽던 날들은언제나 첫 발자국처럼 떨리며 왔다.서걱이는 잎새 위에휘도는 바람의 입술로 남긴 흔적,사라질 듯, 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무늬.바람은 무색하다지만,어쩌면 붉고도 푸르렀다.잎은 땅으로 스러지고흙 속에서 숨을 틔우는 생명의 비밀을한 사람, 아니 열 사람이 보지 못한 채 지나쳤다.슬픔의 깊이를 재려다 손끝을 베인 자는그 상처에서 노래를 들었다.기쁨이란 물결이 아니라깊이 뿌리내린 땅의 맥박이라는 걸,사람들은 비로소 깨닫는다.돌아오지 않는 사랑은끝내 돌아오지 않았다.그러나 누군가 손에 얹어 준 따스함은이름조차 몰랐다.그래서 그저 오랫동안 기억되었다.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먹구름이 덮은 창공이곧 태양을 열었다.빛은 내리꽂히지 않았다,부드럽게 내려앉았다.그제서야 알았다.하늘은 언제나 조금씩 달라.. 이전 1 ··· 16 17 18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