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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불완전과 균형의 조화

어느 날, 한 아이가 자전거를 배운다.
뒷짐을 지고 서 있는 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아이는 페달을 밟아보지만,
중심이 휘청이고 바퀴는 불안하게 흔들린다.
균형을 잡으려 허공을 마구 긁던 손끝이
공기를 움켜쥐지 못하고 덜컥,
넘어지고 만다.
무릎에 생채기가 난다.
아이는 울음을 삼키며 다시 안장을 붙잡는다.

어느 날, 한 남자가 외줄을 건넌다.
허공 위의 가느다란 줄 위에서
그는 아슬아슬 한 걸음을 뗀다.
발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허공에 허우적이는 팔을 균형추 삼아
앞으로 나아간다.
무게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너무 앞서도,
너무 뒤처져도 안 된다.
단 한 발의 실수로 전부를 잃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는 앞으로 나아간다.

어느 날, 한 여자가 사랑을 한다.
거리를 두었다가, 다가갔다가,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관계를 조율한다.
모든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내면
감칠맛이 사라지고,
너무 아끼면 마음이 식는다.
적당한 거리, 적절한 온도.
그러나 정해진 답은 없다.
그녀는 관계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상대의 숨결 속에서 균형점을 찾는다.

우리는 모두 이런 식으로 살아간다.
마치 재즈처럼,
한 박자 늦게 걸음을 떼었다가
휘청이며 무게를 실어 다음 발을 내디딘다.
때로는 박자가 어긋나고, 삐걱거리는 리듬이
흔들리지만, 그 엇박자 속에서 균형을 찾아낸다.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완벽하지 않다.
적당히 비틀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는 것,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조화다.

불완전한 몸짓으로 외줄을 걷는 사람도,
휘청대며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도,
사랑을 밀고 당기며 애태우는 사람도,
결국 어딘가에 닿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균형이란 결국 ‘완벽한 정지’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만들어가는 것임을.
오늘도 한 걸음을 내디딘다.
약간은 삐끗하고, 약간은 불안하지만,
기어코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아름다운 불완전 속에서
모두 균형을 잡으며 살아간다.
넘어질 듯, 무너질 듯,
그러나 끝끝내 서 있는 일.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넘어질 것 같지만,
넘어지지 않는 순간들이 모여 삶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
아슬아슬하지만,
충분히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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