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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그것이 사랑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사랑이다.
떠나온 길 위에 그림자처럼 남아
오래도록 부르는 이름 하나.
그 울림이 가서 닿기를 바란다면,
그것이 사랑이다.

어느 날 문득, 바람이 스쳐 갈 때,
그 결에 실려 온 낯익은 향기.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바람의 한 조각으로 휘돌아 들 때,
그 또한 사랑이다.

시간을 거슬러 도착한 시작이 사랑이다.
수평선을 오래 바라보다 문득,
그 시선 끝에 스며든 잔상이
마음속에 깊이 남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랑이다.

사랑은 닿기 위한 것이 아니다.
마음이 먼저 건너가
그리움이 되어 부서질지라도,
흔적 없이 스며들더라도,
그것은 한사코 사랑이다.

숨 가쁘던 하루의 끝,
문득 올려다본 저녁 하늘이 사랑이다.
그곳에 남겨진 비밀 같은 노을빛이,
한 사람을 떠올리는 순간,
이런 게, 이런 게 어쩔 수 없이 사랑이다.

마음이 먼저가 닿아버린 그곳이 있다면,
혼(魂)마저 그리워하는 아픔이 있다면,
멀어도, 머물지 않아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저, 그 모든 것이 사랑,

그것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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