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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늙는다는 것

늙는다는 것은
저문 햇살이 산자락을 어루만지는 것.
늙는다는 것은
시간의 붓끝으로 파문을 그려 넣어
빛이 기울수록 더욱 깊어지는 색채이니.

어느 날 거울 속 내 얼굴에
물빛 주름이 흐르거든
그것이 강물의 주름임을 알리라.
긴 세월을 품고도 단 한 번도
흐르길 멈춘 적 없는 강물의 흔적임을.

내 손등이 거칠어지고
마디마디가 굽어가도
그것이 나무의 결임을 알리라.
한 계절을 건너 또 한 계절을 살아낸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임을.

때로는 낡은 돌담처럼
비바람을 맞아도 묵묵히 서서
지나가는 새들의 그림자를 품고,
때로는 저물녘 들판처럼
금빛으로 빛나다가 조용히 어둠을 맞이하리.

바람은 불고 꽃잎이 지듯
나는 그렇게 늙어가리라.
늙음이란 소멸이 아니라 익어감이라는 것을,
살아온 날들의 무게를 등에 지고
타는 노을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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