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눈물이 많아졌다.
어떤 영화 한 편이 마음을 스칠 때,
예상치 못한 한마디가 가슴을 두드릴 때,
문득 쏟아지는 빗소리에 과거가 떠오를 때,
어느새 눈가가 젖어 있었다.
어린 시절의 눈물은 단순했다.
넘어지면 울었고,
장난감을 잃어버려도 울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눈물은 쉽게 흐르지 않았다.
그 한 방울이 떨어지기까지,
수많은 감정이 가슴속에서 숨죽이며 기다린다.
참아야 한다고,
견뎌야 한다고 자신을 스스로 다독이지만,
결국 어떤 날, 문득 흘러버리고 만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눈물은 약함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무엇인가를 온전히 사랑하고,
깊이 아파했다는 표식이다.
눈물에는 시간을 가두는 힘이 있다.
세월의 결이 그 안에 녹아들어,
오래된 감정이 현재로 되살아난다.
비 오는 날 젖은 운동화를 신고
집으로 돌아오던 순간,
먼 길을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삼켰던 말들,
사랑이 사라지고 남겨진 자리에서
허공을 응시하던 밤들.
눈물 한 방울 속에 그 모든 순간이
소용돌이치듯 떠오른다.
눈물은 아픔을 씻어내기도 하고,
더 깊이 새기기도 한다.
눈물이 차오를 때,
우리는 가장 정직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타인의 시선도, 허울도 벗어버린 채,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울음은 말이 되지 않는 감정을 대신해 흐른다.
아무리 정교한 문장도 담아내지 못하는 것들을,
눈물은 단순한 선으로 그려낸다.
누군가는 눈물을 연약함의 상징이라 말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눈물은 강한 자만이 흘릴 수 있다고.
내면 깊은 곳에서 차오른 진실이
눈물이 되어 떨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스스로 마주 보게 된다.
감정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다다른 후에야 얻을 수 있는, 투명한 응답.
눈물은 하나의 언어다.
기쁨과 슬픔,
고통과 위로를 품은 생명의 언어.
우리가 울 때,
그것은 단순한 감정의 해소가 아니라,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하나의 본능적인 몸짓이다.
눈물에는 무게가 있다.
가볍지 않다.
그 속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한 고백과 기억,
그리고 조용한 기도가 녹아 있다.
오래된 돌담에 스며든 빗물처럼,
눈물도 쉽게 마르지는 않는다.
흘러내린 자리마다 조용히 배어들어,
어느 순간 다시 우리를 적셔 줄 것이다.
비가 지나간 뒤의 세상은 한층 맑아진다.
나뭇잎은 더 짙어지고, 땅은 단단해지며,
공기는 신선한 물기를 머금는다.
눈물도 그렇다.
흐른 후에야 우리는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그것이 위로일 수도, 용서일 수도,
혹은 더 깊은 이해일 수도 있다.
창가 너머, 산자락 위로 햇살이 부서진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반짝이는 것이 있었다.
새벽에 내린 이슬일까.
아니면 나뭇잎이 오래 품고 있던 눈물일까.
나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세상은
눈물의 빛깔로 깊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