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나는 골목 끝 빵집으로 향한다.
문이 열리기 전부터,
막 구워진 빵 냄새가 골목으로 스며 나온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향이 코끝을 스치며
허기진 마음을 포근히 감싼다.
빵집 문을 열고, 나는 조심스레 들어선다.
주인장이 반갑게 인사하며
커다란 나무 쟁반에 갓 구운 빵을 얹어 놓는다.
바게트, 크루아상, 단팥빵,
그리고 내 어린 시절을 닮은 소보로빵까지.
오븐에서 갓 나온 빵들은
여전히 고소한 숨을 뜨겁게 내쉰다.
나는 가장 익숙한 빵을 집는다.
고소한 버터 향이 풍기는 빵 한 조각.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한 껍질 아래로
구름처럼 보드라운 속살이 혀끝에 스민다.
밀가루와 이스트, 소금과 물,
그리고 바람이 빚은 작은 기적이
입안으로 퍼져 나간다.
"빵 하나를 만들려면 공기가 중요하지요."
주인장이 빵을 반으로 가르며 말한다.
그 속엔 보드랍고 크림 같은 공기층이
살아 숨 쉰다. 반죽이 부풀어 오를 때,
바람이 그 안을 가득 채운 것이다.
반죽이 숨을 쉬고, 부풀고,
다시 주저앉으며 탄력을 얻는다.
그러고 나서야 진짜 빵이 된다.
나는 그 말을 되새기며, 내 삶을 떠올린다.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바람이 내 안을 지나갔던가.
때로는 거센 폭풍이었고,
때로는 미풍이었으며,
때로는 무겁고 눅눅한 공기였다.
삶이 나를 주물러 이리저리 두들기고,
시간을 견뎌내며 다시 부풀어 올랐을 때,
나는 비로소 단단해질 수 있었다.
주인장이 내게 작은 빵 하나를 건넨다.
"이건 오늘 처음 구운 겁니다.
아직 따뜻하지요."
나는 조심스레 그것을 받아
한 조각을 떼어 입에 넣는다.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에 퍼진다.
뜨거운 오븐 속에서
익어가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불 속에서도 사르르 녹아내리지 않고,
오히려 더 깊고 진한 향을 머금은 빵처럼.
나는 그 시간을 견뎠고,
마침내 나만의 온도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밖으로 나서니, 새벽 공기가 뺨을 스친다.
여기저기 이웃한 점포들이 문을 열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나는 따뜻한 빵 한 조각을 손에 쥐고,
천천히 길을 걷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바람이 빚은 하루가
내 안에서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