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날,
해변 공원 한쪽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본다.
소문난 관광지답게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받기 위해 분주하다.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이 조깅하며
자신만의 공간을 달려 나간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자리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무게를 담는 그릇이다.
학생에게는 교실의 책상이,
직장인에게는 사무실의 의자가,
화가에게는 캔버스가 각자의 자리일 테다.
하지만 그 자리는
언제나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차지하기 위해,
혹은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한다.
여러 해 전, 새벽 인력시장 근처를 지나며
본 광경이 떠오른다.
승합차가 멈추자
사람들은 일제히 앞으로 달려들었다.
누구보다 먼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서기 위해
몸을 밀치고 팔을 뻗었다.
일감을 얻느냐 마느냐는
곧 하루의 끼니를 결정하는 일이었으므로.
그 자리싸움의 절박함이 내 가슴을 조였다.
어떤 자리는 빼앗기면 다시 찾기 어렵고,
어떤 자리는 지키려 애쓸수록
더 멀어지는 법이다.
삶에서 우리가 애써 붙들고 있는 자리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그것이 단지 생존을 위한 자리라면,
혹은 누군가를 밀어내고 차지한 자리라면,
우리는 그 무게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까.
문득, 새 둥지를 떠난 어린 새처럼
우리는 결국 자리를 떠날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우리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자리를 잡으려 한다.
나는 오늘도 나의 자리를 돌아본다.
내 곁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자리가 되어주고 있는지,
누군가의 마음속에 자리할 만한
사람이 되고 있는지.
아직은 답을 내릴 수 없다.
다만, 바람이 스치는 벤치 위에서
조용히 다짐해 본다.
내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조금 더 따뜻한 사람으로 베풀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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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고,
복잡한 외교 문제를 해결하며,
법치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중요한 자리.
단순한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책임 있는
지도력을 요구하는 자리.
그 누구보다도 중요한 자리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