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그리움

너는 내게 한 줌 바람이었다.
눈길 위를 건너는 새벽안개처럼
잡을 수도, 붙들 수도 없는 그리움으로.
너를 만났던 날의 하늘은
하얗게 날아가고,
떨어져 남는 것은 그저 나였다.

그대의 발자국 사이마다
내가 걸려 있음을 아는가.
한겨울의 찬 칼바람이 뼛속을 쓸어가도
꽃샘바람의 아린 추위에 더 몸서리치듯
너의 뒷모습은
그리움의 아픈 칼끝이었다.

떨어진다.
어디에도 닿을 수 없는 눈 속의 하늘,
거기서 비추는 너의 뒷모습이
짧은 순간 그림자처럼 내 마음에 새겨졌다.
지워지지 않는 멍처럼,
사라질 수 없는 흔적처럼.

그리움이란 이름의 칼끝이
봄의 살결마저 헤집을 때,
나는 너를 향해 내민 손끝에서
작은 겨울을 발견한다.
그 겨울은 네가 없는 계절들 속에서만
온전히 꽃 피우는 법을 알고 있었다.

어느 계절의 끝자락엔가
잊힌 것처럼 잔잔히 누웠던 들판에서,
한 번쯤 함께 꽃을 피우고 싶은 욕심이었다.
마른 가지가 휘어지며 떨리는 소리는
바람 때문이 아니라
내 안의 억지가 스러지는 소리였다.

돌아서는 길 위에서, 바람이 휘몰아쳤다.
숨결 같은 노을이 저물고,
땅에 닿지 못한 발자국은 허공 속에 매달렸다.
너의 부재는 공허처럼,
텅 빈 하늘이 내려앉아 눈을 덮는 소리였다.
나는 그 속에서 다시 너의 그림자를 쫓는다.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금에 새긴 이름  (1) 2024.12.10
기차가 떠난 자리  (0) 2024.12.09
막차와 첫차  (1) 2024.12.07
바위와 소나무  (0) 2024.12.06
바람과 인연  (0) 202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