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끝나지 않았다.
비는 어둠을 헤집으며 스며들었고,
나는 시간이 멈춘 정류장에 서 있었다.
발걸음과 망각 사이의 경계가 어렴풋이 드리워졌다.
발끝에 고인 웅덩이는 달빛을 삼키고,
낙엽 몇 장이 바람 속에서 마지막 춤을 추고 있었다.
저 멀리서 막차가 도착했다.
그 질주는 피날레를 알리는 북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슬픔이란 단어를 꺼내기 전,
나는 이미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막차는 떠나갔고, 그 떠남의 의미를 헤아리기에는
나의 시간이 모자랐다.
너는 없었다.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잃어버린 시간이 응급처치도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나의 눈물은 비와 섞여 발끝으로 사라지고,
내 영혼은 무너진 잔해 속에서도
언젠가 봄이 올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봄은 오지 않았다.
그해 이후, 나의 계절은 한밤중에 갇혔고,
꿈은 낡은 영화 필름처럼 끝없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그 꿈속에,
네가 서 있었다.
햇살은 잔혹한 구원처럼 내리쬐었다.
내가 떠난 적 없는 정류장으로
다시 걸어간 어느 날,
그곳은 투명한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세계였다.
나는 마침내 첫차에 올랐다.
언덕길 위로 초록빛이 넘실대던 그날이었다.
십자가 높은 성당의 종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네가 거기 있을 것 같았다.
너는 계단을 오르고,
나는 창문 너머로 너를 바라보았다.
그리움은 풍경 속에서 희미해졌고,
나는 다만 그 순간을 음미했다.
첫차는 아침 안개를 가르며
새벽빛 속으로 나를 데려갔다.
초록의 언덕길은
내 마지막 목적지였다.
그리고, 그 정류장은 이제
내가 두고 온 그림자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