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떠올리는 날이면
내 마음은 저절로 맑아집니다.
마치 비 갠 뒤 투명한 아침 하늘 사이로
햇살이 스미듯 가슴 한쪽을 비추는 사람.
당신을 떠올리면 며칠쯤 마음이 반짝입니다.
묵은 나뭇잎 사이로 돋아난 새 이파리처럼
한때는 선명했던 무언가가
아직도 내 안에서 숨 쉬는 것만 같아서.
당신과의 날들은
모난 돌 위로 흐르는 개울물 같았지요.
다듬어지진 않아도 리듬감있게
서로의 결을 읽으며 흘러갔던 시간.
그리움으로 여전히 당신의 계절 속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냥 스치려 하니
이내 마음 한구석에 걸려버리는 이름.
그날의 대화, 손끝에 닿았던 공기,
눈길이 머물던 자리까지
다 되돌아간 것 같은 착각 속에서 나는 잠시,
아주 잠시 시간을 되감아 머물다 갑니다.
그러고는 다시, 아무 일 없던 듯 살아갑니다.
하지만 당신은 모르겠지요.
어느 날, 어느 자리에서 바람처럼
내 생각이 스쳐 갔을지도 모른다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