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속에 흐르는 강물을
한 자 한 자 퍼 올려 그릇에 담는 일이다.
때로는 잔잔하고 고요한 시냇물 같고,
때로는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 같다.
그러나 그 모든 물결을 담아내지 못하면
강물은 제멋대로 흘러가 버리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글을 쓴다.
우리 안의 혼란을 가라앉히고,
지나간 시간을 정돈하며,
앞날을 비춰보려는 본능적인 갈망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곧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다.
펜이 종이를 스칠 때마다 내면 깊숙한 곳에
가라앉아 있던 생각들이 떠오른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
사랑과 미움이 한데 뒤섞여 문장 속에 스며든다.
그 글이 진실할수록 우리는 더욱 또렷하게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감정이란 원래 흐릿하고 변덕스럽지만,
글이 그것을 고요하게 정제하여
하나의 형상으로 남긴다.
한 줄의 문장을 써 내려가는 동안
우리는 저 깊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빛을 찾는다.
불안과 번뇌를 종이에 쏟아내고 나면,
마치 비 온 뒤의 하늘처럼 마음이 맑아진다.
억눌린 감정을 토해내고,
제 속의 혼란을 차분히 정리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그러나 글을 쓰는 일이
언제나 순수한 기쁨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순간부터,
글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충실하기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솔직한 문장을 쓰기보다
멋진 문장을 고르려 한다.
인기와 명성을 쫓는 순간,
글은 본래의 투명함을 잃고 흐려진다.
마치 유리잔에 먼지가 내려앉듯이,
불순한 욕망이 글을 흐리게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단련하는 과정이며,
진실과 허영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하는 여정이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문장이라 할지라도,
그 문장이 탄생하기까지는
수많은 침묵과 고뇌가 필요하다.
깊이 있는 글을 쓰려면,
깊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넓고 깊은 강이 되어야만
맑은 물을 길어 올릴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급해하지 말아야 한다.
말하고 싶은 것이 속에서 차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미완성의 생각을 서둘러 꺼내려 하면,
그 글은 마치 덜 여문 열매처럼 떫고 싱겁다.
충분히 사색하고, 충분히 경험하고,
충분히 느낀 뒤에야 비로소 글을 써야 한다.
한동안 펜을 내려놓는 일이 필요할 때도 있다.
생각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쓴다면,
그것은 헛된 말의 나열에 불과하다.
글이란, 삶의 한 조각이다.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진실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세상에 새기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더 신중해야 한다.
진실을 왜곡하지 말고, 허영에 휘둘리지 말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담아야 한다.
글을 쓰는 것은 단순히 '잘 쓰는 것'보다
'진실하게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화려한 수식이 없어도,
유려한 문장이 아니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마음이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진정성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글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삶을 깊이 들여다보며, 생각을 가다듬고,
스스로를 단련해야 한다.
그렇게 써 내려간 글은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릴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글을 쓰는 기쁨을
온전히 누리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