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저녁,
해묵은 달이 바람의 발끝을 쓸고 갈 때,
잿빛 날개를 접은 새가
어둠 속에 길을 묻는다.
그대는 어디쯤인가.
시간의 강을 건너
빛과 어둠 사이에 갇힌 한 점 별처럼
떨어지지 않는 대답을 품은 채.
여기, 나는 부서지는 눈송이 위에 떠 있다.
말라가는 강바닥에 한 줌 눈을 심으며
서로가 서로의 그림자를 잇는 순간을 기다린다.
흩어진 잎새가 속삭이듯,
그대는 내게 다가와
눈을 감은 나무의 숨결로 머문다.
나는 안다.
그대의 침묵은
잃어버린 것들의 울음이라는 것을.
결국, 우리는 잃어가는 것들 속에서
가장 깊은 뿌리를 찾는다.
그곳에서 그대와 나는
서로를 녹이는 눈발이 되고,
서로를 비추는 별빛이 된다.
그리고 보라,
우리의 이름 없는 몸부림들이
서서히 하나의 노래가 될 때
이제, 누구도 우리를 잃었다 말하지 않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