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서로 등을 돌린 채
흙 위에 뿌리를 내리고
저마다의 그림자를
길게, 혹은 짧게 드리운다.
잎 하나는 바람을 모으고,
또 다른 잎은 태양을 마신다.
모든 것은 다르게 태어난다.
그럼에도 숲이었다.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울어도,
침묵의 몸짓으로 흔들려도
결국 하나의 숨결로 이어진다.
오늘,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을 보았다.
모습들은 다 저마다의 빛깔을 가졌지만,
그 빛깔들은 서로 동화 되지 못한다.
어느 하나의 색도 숲이 되지 못했다.
우리는 묻는다.
왜 사람은 숲이 될 수 없는가?
왜 서로의 뿌리를 외면한 채
바람을 흩어버리는가?
숲은 나무가 서 있는 곳이 아니라
나무가 서로를 기억하는 곳이다.
그대와 내가 숲이 되려면
먼저 서로의 고독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침묵이
또 하나의 나무가 되고
또 하나의 나무가 되어
새로운 숲의 이름을 부를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