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산등성이를 따라
유려한 비단처럼 사뿐히 미끄러진다.
그 마지막 숨결은
금실로 짜인 빛의 옷자락이 되어
세상의 가장자리,
하루의 어깨 위에 고요히 내려앉는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은
이름 모를 그리움의 안부처럼
귓가를 스치며 속삭인다.
풀잎 끝에 맺힌 투명한 이슬은
말없이 흘러간 시간이 남긴
가장 순결한 편지 한 조각.
빛과 어둠 사이,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잠시의 틈.
그 틈새에선 오래 기다린 마음 하나
바람의 발자국처럼 머문다.
노을의 붉음이 천천히 하늘을 물들일 때,
아직 닿지 못한 마음들이
파문처럼 번져간다.
그 붉음은 언어보다 깊고,
그 침묵은 사랑처럼 아릿하다.
이 순간은,
지나간 것들과 아직 오지 않은 것들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마주 보는 자리.
잊었다 믿었던 감정이
문득 고요를 흔들고,
텅 빈 벤치 위엔
누군가의 이름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저녁 무렵은
그리움이 잠시 숨 고르는 시간.
가닿지 못한 말들이
속삭임이 되어 피어오른다.
한 겹 더 얹힌 외로움이
세상을 가장 부드러운 슬픔으로 적시고,
그 슬픔은 이상하리만치 아름답다.
이 순간은
빛조차 발끝을 멈추는 시간.
감정이 실루엣이 되어 스며들고,
시간마저 등을 돌려
잠시 숨을 고른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저녁의 사람이 되어
누군가의 기억 속에
조용히 길어지는 그림자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