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하여, 그대여 너무 서러워 마라
외롭다 하여, 그대여 저문 길을 탓하지 마라
바람이 스치며 지나간 자리마다
가녀린 나뭇가지 흔들린다 해도
그 흔들림 또한 살아 있음의 몸짓이니
저문 햇살이 하루를 덮고
낙엽이 흩날리듯 기억이 덮여가도
그리움은 여전히
눈 속에 묻혀도 피어나는
한 송이 들꽃처럼 숨 쉬고 있으리
한 조각 희망마저
구름 끝에 걸려 애처로이 출렁인다 해도
그대여,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면
바람 끝에 기대어 선 자작나무처럼
흰빛의 인내로 서 있으면 되리
겨울바람이 살갗을 저미는 밤이면
지난날의 상처들이
눈발 속에서 다시 솟아오르지만
아픈 기억도 한때는
온기를 품었던 순간이었음을
어느 봄날,
바람 한 점에도 흔들리는 풀잎처럼
우리도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
그러나 바람이 아무리 매서워도
마음 깊은 곳, 뿌리만은 흔들리지 말기를
삶이란 긴긴 겨울에도
서로의 체온으로 따뜻할 수 있는 것
눈발 속에서도 환히 빛나는
작은 별 몇 포기 주워
그대 빈 가슴 위에 심어 주리니
아직은, 아직은 봄을 꿈꾸어도 좋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