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은 나이테처럼 세월을 새긴다.
날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이마에, 눈가에,
입가에 깊고 얕은 선을 새긴다.
아무리 같은 재료로 빚어졌다 해도,
살아가는 모양에 따라 얼굴은 전혀 다른
조각품이 된다.
누구나 얼굴은 처음부터 타고난다.
어떤 얼굴은 빛을 머금고 태어나고,
어떤 얼굴은 그늘을 안고 세상에 나온다.
그러나 얼굴은 단지 주어진 운명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새롭게 빚어지는 조각상이다.
한 사람의 삶이 그의 얼굴을 조각한다.
어떤 이들은 얼굴에 웃음을 새기고,
어떤 이들은 얼굴에 슬픔을 새긴다.
깊은 사색과 진실한 삶을 살아온 얼굴에는
한줄기 맑은 빛이 흐른다.
반면, 불안과 탐욕에 휩싸여 살아온 얼굴에는
어딘가 흐린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것은 화장으로 감출 수도,
값비싼 옷으로 가릴 수도 없는 것.
얼굴이란 곧 한 사람의 삶이
흘러간 풍경이기 때문이다.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말은 얼굴이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얼굴은 삶의 결과다.
나이 사십이 넘어서도
여전히 탐욕과 거짓을 품고 사는 이의 얼굴에는
그 부조리한 흔적이 남는다.
반면, 오랜 세월 성실하고 따뜻하게 살아온
사람의 얼굴에는 잔잔한 평온과 신뢰가 깃든다.
얼굴은 생각보다 정직하다.
흔히 얼굴은 운명이라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얼굴이
한 사람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좋은 얼굴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의 다짐과 노력,
그리고 한결같은 삶이 새긴 흔적이다.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의 눈빛은 맑다.
한결같이 노력한 사람의 입가에는
다정한 미소가 어려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차이는 더욱 또렷해진다.
한 시대를 빛낸 성현들의 얼굴을 보라.
그들에게서 풍기는 위엄과 기품은
단순한 외모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평생을 바르게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내면에서 피어오르는 빛이다.
좋은 얼굴을 만들고 싶으면 좋은 마음을 품고
아름다운 얼굴을 갖고 싶으면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
나이와 함께 얼굴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삶이 얼굴을 바꾼다.
우리는 모두 하루하루
자기 얼굴을 조각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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