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어디선가 파도가 밀려왔어.
너와 나 사이의
아침 햇살 닮은 기다림을 단숨에 삼키고
사라진 파도였지.
입술 사이에 소금물이 스며든 것처럼
너는 웅얼대듯 독백 같은 말을 꺼냈어.
나는 눈을 감았지,
마치 하늘이 검게 변하는 걸 두려워하는
어린아이처럼.
"끝이야."
기회 온 듯 눈 감고 뱉어 낸 그 말 한마디에
목소리를 내보내지도 못한 채
허공을 떠돌다가
그만 검붉은 바다에 가라앉고 말았어.
그리고,
어디선가 불이 꺼졌어.
가로등은 어두워 졌고,
낯선 거리는 한 번도 스쳐 간 적 없는
나의 발소리를 조용히 기억을 했지.
그날 이후로, 나는 어둠을 등지고 섰어.
네가 남긴 흔적은
오래된 유리창 위의 낙서처럼
뿌옇게 스며들고,
바람 한 점에 흔적 없이 사라진 것 같았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너의 목소리는 잿빛 비명처럼 귓가를 때렸고,
너의 뒷모습은
내 꿈속에서 언제까지고 계속 걸어갔지.
끝없이, 끝없이, 끝없이.
나는 아직도 그 말을 곱씹고 있어.
바다가 물러난 자리에는
새벽빛의 모래알이 남아 있지.
그 모래는, 다시는 닿을 수 없는
너의 손길처럼, 나를 할퀴고 있어.
그러니,
끝이라는 말을 남기지 말자.
우리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 어딘가에서 파도로라도 남아
바람의 공명으로 울릴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