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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노을빛에 물든 사랑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랑을 덜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은
나이와 함께 익어가고, 발효되어 깊어지며,
서늘한 바람 속에서도 은근한 온기를 품는다.
젊음의 사랑이
뜨거운 햇볕에 반짝이는 여름 바다라면,
황혼의 사랑은 석양빛에 물든 호수다.
격정 대신 잔잔함이 있고,
함성 대신 숨죽인 떨림이 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식지 않은 불씨가
고요히 타오른다.

격렬함 대신 노을빛에 가까운
절제를 아는 열기로 은근한 온기를 품고,
하루의 끝을 물들이듯 천천히 번져간다.
세상은 이토록 깊고 고요한 온도를
젊음에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것은 그리움을 오랜 시간 품은 자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 사람의 눈빛 하나, 주름진 손의 결 하나,
불현듯 떠오르는 미소로
영감을 얻게 되고 하루의 내용이 바뀐다.
함께 있을 때만이 아니라
떨어져 있을 때 더욱 선명해진다.
그래서 깨닫게 된다.
사랑의 지속에는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때,
비로소 상대의 온전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너무 가까우면 관심이 적어지고, 너무 멀면 잊힌다. 그리움으로 다리를 놓을 수 있는 거리,
그것이 사랑의 황금분할이다.

바람결 사이에 스치는 머리카락처럼,
손끝이 닿지 않는 거리는 그리움을 자라게 한다.
그리움은 사랑의 발효제다.
시간이 지나도 쉬 썩지 않고,
오히려 더 깊고 향기로워진다.
매일 마주 보는 사랑은
익숙함 속에서 색이 바래지지만,
한발 물러서 바라보는 사랑은
여전히 설레이는 초점으로 남는다.

젊은 날의 사랑은 늘 쥐고만 있으려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사랑이 오래가려면,
흘러가게 놓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거리는 곧 자유이고,
자유는 다시 그리움으로 돌아온다.
그리움이 없는 사랑은
색이 바랜 꽃처럼 힘을 잃는다.
오히려 그리움만으로도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한때 함께 나눈 한 잔의 차, 거닐던 골목,
손끝 스친 찰나의 온기.
그것들이 심장을 여전히 조용히 두드린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은 애틋해진다.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절박함이
사랑을 더욱 순수하게 만든다.
젊음에는 무한히 남아 있다고 믿었던 ‘내일’이
이제는 희귀한 보석처럼 손에 쥐어진다.
그 보석을 쥐고 있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알 수 없기에, 오늘의 사랑이 더욱 귀하다.

시간이 갈수록 깨닫게 된다.
사랑이란 화려한 약속이 아니라,
끝까지 곁을 지켜주는 단순한 손길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마지막 숨결을, 그 무게와 온도를,
손으로 전해 받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황혼의 사랑이 바라는
소박하지만 위대한 기적이라는 것을.

사랑은 결국 ‘나’를 온전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수많은 관계와 시간을 지나왔어도,
단 한 사람의 사랑이
내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주지 않으면
나는 여전히 미완성이다.
황혼의 사랑은
더 이상 자신을 과장하거나 숨기지 않는다.
꾸밈을 덜어낸 자리에 남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이다.
서로의 불완전함마저 사랑하는 것,
그것이 나이가 준 가장 값진 배움이다.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나는 오늘을 사랑으로 채운다.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다.
내게 주어진 이 하루가 얼마나 귀한지 알기에,
나는 사랑을 미루지 않는다.
그리움과 온기로,
오늘도 내 삶의 노을을 한층 더 붉게 물들인다.

음악듣기 Amalia Rodrigues - Canzone per te(그대에게 바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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