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눈부시게 다양한 맛으로 가득 차 있다.
갓 구운 빵에서 피어오르는 고소한 향기,
잘 익은 과일이 전해주는 싱그러운 단맛,
얼큰한 국물이 몸을 데우는 순간의 깊은 안도감.
이 모든 맛의 향연은 삶을 빛나게 하고,
잊고 있던 추억을 불러내어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하지만 맛이란
결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릴 수 없는
신비로운 풍경이다.
누군가에게 천상의 진미라 불리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심히 스쳐 가는 조각에 불과하기도 하다.
각자의 혀끝이 기억하는 맛은 모두 다르고,
그 차이는 우리의 얼굴처럼,
우리의 삶처럼 제각기 고유한 빛을 띤다.
우리는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다른 꿈을 꾸며, 다른 길을 걸어간다.
우리의 생김새가 제각기 다르듯,
우리가 사랑하는 맛 또한 그러하다.
어떤 이에게는
짭조름한 바다 내음 가득한 굴 한 점이
세상 그 어떤 진미보다 귀할 수 있다.
또 어떤 이에게는 뜨거운 아궁이에서 갓 꺼낸
군고구마의 투박한 달콤함이
가장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이렇듯 맛의 선호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의 총체이자,
삶의 궤적이 새겨진 마음의 지도와 같다.
누가 감히 그 지도의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있을까.
누가 감히 그 지도의 아름다움을
재단할 수 있을까.
때로는 산해진미로 수놓인
성대한 잔칫상 위에서도,
우리의 숟가락은 고개를 들어
소박한 냄비에서 피어오르는 된장찌개의
구수한 향기를 찾아간다.
값비싼 재료로 빚어낸 화려한 요리보다,
어릴 적 부엌 구석에서 부치던
투박한 부침개 한 장이
더 깊은 위로를 건네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단지 음식 자체의 맛을 넘어선,
기억과 감정, 그리고 삶의 서사가 깃든 맛이다.
그러하기에, ‘최고의 음식’이라는
단 하나의 기준은 존재할 수 없다.
존재해서도 안 된다.
내 혀끝에 스며든 기억,
내 마음속에서 되살아나는 풍경,
내 영혼이 가장 먼저 손 내밀어 찾게 되는
바로 그 맛.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찬란하며, 위대한 맛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누구나 똑같이 좋아할 거라는
성급한 확신은,
얼마나 무모하고 오만한 착각일까.
반대로, 내가 싫어하는 것을
누구나 마찬가지로 싫어할 거라는 그 믿음은,
얼마나 독선적이고 좁은 마음일까.
볕을 좋아하는 식물에게는
따사로운 햇살이 생명이지만,
음지에서 자라는 식물에게는
그 햇살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음식에 대한 취향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인 매운맛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짜릿한 쾌감이 된다.
이처럼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미식의 시작이자,
타인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한 첫걸음이다.
그래서 다시금 스스로에게 묻는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무엇일까.
제비집 수프나 흰 송로버섯처럼
상상조차 어려운 값비싼 요리일까.
아니, 결코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당신의 혀끝이 기억하고,
당신의 마음이 애타게 그리워하며,
당신의 영혼 깊은 곳을 어루만지는
그 소박한 한 그릇일 것이다.
때로는 거칠고 소박하며,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는
그 익숙한 온기, 그 오래된 향.
그러나 우리를 웃게 하고 삶을 견디게 하며
지친 하루 끝을 환하게 비추는 그 한 입의 기적.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미식의 정점 아닐까.
맛의 세계는 이렇게나 다채롭고,
이렇게나 개인적이며,
이렇게나 눈부시게 아름답다.
우리의 미각은 각자의 우주를 품고 있다.
그러니 우리 각자는 그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서로의 우주를 존중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