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 이들의 발끝엔
바람에 쓸려온 침묵이 묻어있다.
그들의 그림자는 땅에 무겁게 매달리고,
발치마다 어둠의 파편들이
조용히 울음을 삼킨다.
묻고 싶지만 묻지 못한 말들은
목구멍 끝에서 자라난 가시처럼
아무리 삼켜도 쌓여만 간다.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바람은
다만 스쳐 가며 속삭인다,
“너는 왜 너를 그렇게 묶으려고 하는가.”
그러나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고
바람 또한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단풍잎은 한숨처럼 날아올라
흔적 없이 사라졌다가
어디선가 또다시 흔들리며 떨어진다.
떨어진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붉게 물든 기억의 조각뿐.
그 조각들 속에는 가사 없는 노래가 흐른다.
밤이 오고,
서리는 은빛 손톱으로
잠든 마음을 톡톡 건드린다.
그 단단하게 묶여있는 매듭들,
숨이 막히도록 조이고 있는 감정의 돌덩이들,
갈바람은 아무 일 없는 듯 지나가며
잠시나마 무심코 흔들어 놓는다.
누구의 것도 아닌 그 순간에,
돌덩이 하나, 물 아래로 힘없이 떨어지듯
무게를 잃고 떠내려간다.
사라지는 자리를 바라보며
그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잠시 숨을 내쉴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