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어느 날, 나는 문 앞에 서 있었다.
손끝이 문고리를 맴돌다 멈춘다.
문은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문은 내게 저항한 적이 없다.
닫혀 있는 문이란,
스스로 열지 않는 자에게만 벽이 될 뿐이다.
나는 문을 바라본다.
문은 단순한 구조물이다.
나무이거나 쇠붙이거나,
때로는 유리처럼 투명하기도 하다.
하지만 문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경계를 짓고,
구획을 나누고, 안과 밖을 구분한다.
문이 있어 공간은 나뉘고, 세계는 겹을 이룬다.
문이 없다면 어찌 안과 밖을 인식할 수 있을까?
문이 없다면 우리는 길을 나설 수 있을까?
문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인간관계를 생각한다.
사람 사이에도 문이 있다.
손쉽게 열리는 문도 있지만,
철벽처럼 굳게 닫힌 문도 있다.
어떤 문은 너무 오래 닫혀 녹슬고 삭아버린다.
닫힌 문 앞에서 우리는 망설인다.
두드릴 것인가, 아니면 체념할 것인가.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남에게 어떤 문으로 존재하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닫힌 문인가, 열린 문인가.
내 마음의 문은 얼마나 오랫동안 닫혀 있었는가.
두드리는 사람은 많은데,
나는 문을 열 엄두조차 내지 못한 것은 아닌가.
문은 사회적 구조 안에서도 작동한다.
문턱이 높고 무거운 문도 있다.
선택받은 자만이 통과할 수 있는 문.
배제와 구별의 역할을 하는 문.
그러나 문을 열어야 할 사람들이
그 열쇠를 쥔 채 망설이기만 한다면,
그 문은 영원히 벽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자연의 문은 다르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처럼,
자연은 문을 강요하지 않는다.
겨울의 문이 닫히면 봄의 문이 열린다.
꽃봉오리는 때가 되면 스스로 문을 열고,
새들은 새벽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자연의 문은 결코 억지로 열리지 않는다.
오직 흐름 속에서 스스로 열린다.
나는 다시 문을 바라본다.
결국, 문이 열린다는 것은
외부의 힘 때문이 아니다.
문을 여는 것은 언제나 내부의 변화다.
두드리는 손길이 아니라,
열고자 하는 내 마음이 있어야 한다.
닫힌 문을 탓하기보다,
내가 그것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문고리를 감싼다.
그리고 밀어본다.
문은 생각보다 쉽게 열린다.
그 문은,
원래부터 열릴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