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영원한 것은 없다
이 얀
2025. 3. 28. 04:18
영원한 것은 없다
내가 사랑하던 바다를
나보다 더 깊이 안아주는 달빛에게 건네고,
내가 품고 있던 바람을
나보다 더 자유로운 구름에게 내어주었다.
내가 아끼던 강가의 물결을
나보다 더 오래 지켜보던 갈대에게 내어주고,
내가 품었던 새벽의 이슬을
나보다 더 간절히 기다리던 꽃잎에게 맡겼다.
그러고 나니,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기분에
자꾸만 주머니 속을 더듬었다.
네가 소중히 간직한 햇살을
너보다 더 따스한 나뭇잎에게 건네주고,
네가 꿈꾸던 노래를
너보다 더 작은 새의 목소리에 실어 보냈다.
네가 오래 바라본 저녁노을을
너보다 더 깊이 기억하는 숲에게 맡기고,
네가 애틋이 쫓던 별빛을
너보다 더 간절한 어둠에게 내어주었다.
그렇게,
너는 어느 순간 잃어버린 것이 있는 듯
자꾸만 발끝을 더듬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의 곁을 떠난 것들은
먼 하늘 아래서 더 찬란히 빛나고 있을지도 몰라.
흐름 속에서, 스스로 가야 할 곳을 찾아가듯.
우리는 그렇게 무엇을 내어주고,
무엇을 두고 왔는지도 모른 채
아끼던 것들에서 멀어지고 있다.
영원한 것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