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 얀 2025. 3. 7. 01:08

틈은 스러진 것들의 쉼터,
지친 존재들의 안식처.
상처의 깊이만큼 포근한 품이 되어
흙을 감싸고,
씨앗을 틔어 낸다.

사람들은 틈을 메우려 애쓰지만
틈은 어디에나 스민다.
굳게 다문 입술과 표정 사이,
눈물 자국이 마른 뺨 위,
외롭다는 말을 삼킨 목소리 끝에.

틈은 그 결을 따라 빛의 문장을 새긴다.
틈이 있기에 바람이 머물고,
틈이 있기에 빛이 스며든다.
틈을 지닌 마음만이
누군가를 품고, 누군가를 살게 한다.

틈이 깊을수록 더욱 고운 빛이 피어난다.
눈물에 젖은 틈새에서
숨결처럼 고운 노래가 들리고,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새벽을 깨우는 첫 빛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