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먼 곳과 가까운 곳의 미학

이 얀 2025. 2. 13. 05:56

멀리서 보면 모든 것이 아름답다.
안개가 내려앉은 산봉우리,
저녁노을에 물든 바다,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도시의 불빛.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풍경은 거칠어진다.
바람에 깎인 바위의 상처,
물결에 부서진 파도의 흔적,
도시의 화려한 불빛 아래 어둠에 갇힌 골목들.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멀리서 동경한다.
완벽한 얼굴선과 우아한 몸짓,
흠결 없는 태도를 가진 듯 보이는 사람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매끈해 보이던 얼굴에 미세한 주름이 있고,
조화롭던 말투에도 날 선 모서리가 있다.
이상적인 여성상이라는 환상도 마찬가지다.
그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감춰져 있는지,
혹은 그것이 애초에
허상일 수도 있음을 깨닫는 순간,
아름다움은 기대와 실망 사이에서 흔들린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야만 보이는 것들도 있다.
들판의 야생화는
한눈에 화려함을 드러내지 않지만,
허리를 숙여 바라보면
섬세한 빛깔과 향기를 지닌다
처음엔 흔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정교한 무늬를 지닌 잎맥,
절로 감탄이 나오는 꽃잎의 아름다움.

인간 또한 그렇다.
첫눈에 평범해 보이던 사람이
어느 순간 다정한 말 한마디로
마음을 울릴 때가 있다.
깊이 알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따뜻한 속내,
고요한 강인함,
사소한 배려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
어떤 사람들은 처음엔 그저 평범해 보이지만,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함께할수록 빛을 발한다.
단단한 손마디에 깃든 성실함,
조용한 말투 속에 담긴 깊은 사려.
그들의 아름다움은 멀리서 보면 보이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야만 알 수 있는 비밀이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선다.
멀리서 바라보며 감탄할 것인가,
가까이 다가가 진실을 마주할 것인가.
어떤 것들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
더 아름답다.
멀리서 보면 꿈같은 환상이,
가까이 가면 현실의 무게가 있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가까이 다가가야만
그 진가를 드러낸다.
함부로 멀리서만 바라보다가
소중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
아름다움을 사랑하되,
그것이 어디에서 피어나는지
가늠할 줄 아는 지혜.
때로는 멀리서 감상하는 미학을,
때로는 가까이서 발견하는 기쁨을.
모든 것이 다가서야만 보이는 것은 아니며,
모든 것이 멀리 있어야만 빛나는 것도 아니다.

거리는 판단이 아니라 감각의 문제다.
바라보는 것과 마주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