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그리고 그 사이의 간극
몸과 마음은 마치 물과 바람 같다.
물은 형체를 지닌 채 낮은 곳으로 흐르고,
바람은 보이지 않는 결로 높은 곳을 향한다.
두 존재는 서로 스미고 부딪치면서도
끝끝내 하나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일까.
물처럼 손에 쥘 수 있는 몸일까,
아니면 바람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마음일까.
나는 손으로 내 얼굴을 만져본다.
뺨의 온기, 손가락 끝에 닿는 촉감,
거울에 비친 눈동자의 깊이.
나는 분명 여기 존재한다.
그러나 이 몸이 ‘나’라면,
왜 몸이 그대로일 때에도
마음은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태어나기도 하는 것일까.
어떤 날은 환한 햇살 아래에서도
스스로 투명해지는 느낌이 들고,
어떤 날은 어둠 속에서도
마음이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몸이 길을 가면 마음이 그 뒤를 따르는지,
마음이 앞서면 몸이 따라오는지,
그것이 늘 궁금했다.
때로는 몸이 먼저 길을 나선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다 보면,
마음도 따라와 슬그머니 평온해진다.
반대로, 마음이 먼저 어디론가 떠나가 버려
몸을 허공에 남겨둘 때도 있다.
공허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볼 때,
마음은 이미 먼 곳을 떠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몸과 마음은
정말로 따로 떨어질 수 있을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수 있다지만,
결국 그 말이 입술을 통해 나오는 순간,
그 말의 일부가 마음이 된다.
때로는 내 안의 마음조차 나를 속인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무심한 척하며 돌아서지만,
등 뒤에서 내 마음은 나를 향해
비웃고 있을 것이다.
숨기는 마음도 내 것이고,
숨김을 당하는 마음도 내 것이다.
그렇게 마음은 여러 겹으로 포개져,
한없이 투명해 보이면서도
결코 닿을 수 없는 심연을 품는다.
몸이 늙고 마음이 늙는다.
그러나 몸의 늙음은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마음의 늙음은 그늘처럼 서서히 스며든다.
한때 가벼웠던 발걸음이 무거워질 때,
손끝의 떨림이 잦아질 때,
우리는 몸의 나이를 실감한다.
하지만 마음은 어떤가.
한순간에도 수십 년을 살아내기도 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어린 애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몸은 시들어가지만, 마음은 영원할 것이라고.
그러나 사랑을 두려워하게 될 때,
설렘보다 회한을 먼저 떠올릴 때,
마음도 몸처럼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몸에는 아름다움이 있고,
마음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그러나 그 두 가지가 언제나
같은 리듬으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몸을 지닌 사람이,
마음까지도 그렇게 아름답기를 기대하지만,
그 기대가 어긋날 때가 많다.
몸의 아름다움이 선물이라면,
마음의 아름다움은 선택이다.
타고난 몸을 가꾸듯, 마음 또한 가꿔야만 한다.
글은 마음의 반영이지만,
글이 곧 마음은 아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글을 읽고
그 글쓴이의 영혼까지도 빛나리라 짐작하지만,
때때로 그 기대는 무너진다.
반대로, 소박한 문장 속에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마음을 발견할 때도 있다.
그러니 글과 몸과 마음,
이 세 가지는 서로 엮여 있으면서도
결코 하나로 환원되지 않는다.
결국, 몸과 마음은 하나의 실로 엮인
이중 나선 같다.
때로는 조화를 이루고, 때로는 어긋나며,
서로를 끊임없이 쫓고 밀어낸다.
그러나 그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이 있다.
사랑이 그러하고, 예술이 그러하고, 삶이 그러하다.
우리는 그 빛을 쫓아가며 살아간다.
그러니 사랑을 한다.
모른 채로, 알기 위해.
몸과 마음이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을지
끝내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간극을 메워 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