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덧없음
이 얀
2025. 1. 30. 03:55
덧없음은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스러지는 것
갯벌 위에 새겨진 발자국이
밀물에 씻겨나가는 것
가느다란 거미줄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다가
손끝 하나에 툭, 끊어지는 것
어디선가 흘러온 낙엽이
바람 한 점에 다시 떠나는 것
고개를 숙인 해바라기가
다시는 해를 따라 돌지 않는 것
서랍 속 오래된 사진이
누군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얼굴로 바래지는 것
마음에 새겨놓은 약속도
시간에 깎여지며 흐려지는 것
덧없음은,
그리움조차 그렇게 어느덧 잊히게 되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