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별빛이 머무는 자리

이 얀 2025. 1. 28. 07:49

어둠 속을 유영하는 별빛은
하나하나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서로 엮이면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장관을 이룹니다.
저마다의 거리를 두고 빛나던 별들이
어떤 순간에 서로의 궤도를 공유하며
은하수를 만들어 내듯,
우리도 그렇게 삶의 흐름 속에서 만나고,
스며듭니다.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요?
서로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자라난 마음들이
한순간 얽혀 하나의 결을 이루는 기적은
전혀 다른 언어를 지닌 두 존재가
마침내 같은 선율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서로의 온기를 나누게 되는 순간 말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오래전부터 예정된 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보이지 않는 실처럼,
가늘지만, 견고한 인연의 선이
우리를 이끌어왔을 수도 있겠지요.
혹은 우리의 용기가 만든
기적일지도 모릅니다.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선뜻 내민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떨림이
점차 퍼져나가
하나의 빛나는 이야기를 이루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자신의 밤을 안고 살아갑니다.
깊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고,
홀로 빛나기를 버거워할 때도 있지요.
하지만 서로를 향해
한 걸음 내디딜 용기를 가진다면,
그 순간 우리의 밤하늘에는
더 많은 별이 뜨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밤에 머무는
작은 별빛이 됩니다.
빛나지 못하는 날에도 곁을 지키고,
흐려지는 날에도 사라지지 않는 존재로
그 따스한 빛들이 모여
하나의 별자리를 이루는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새겨진 그 그림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작품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