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우리 집
이 얀
2025. 1. 19. 08:19
한 걸음, 두 걸음
세월을 밟고 지나온 길 위에
어머니의 낮은 콧노래가
내려앉는다.
낡은 대문을 밀면
바람보다 먼저 품에 안기는
익숙한 나무 냄새,
문지방 너머 쏟아지는
따뜻한 된장국의 안부.
"어서 와, 기다렸어."
그 한마디에
겨울도 녹아내리고
먼 길 헤매던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문득,
어린 날의 내가 뛰놀던 마당에
그림자가 포개진다.
서툴게 묶었던 운동화 끈처럼
풀릴 듯 이어지는 기억들.
멀리 떠나 있으면
잊을 만도 한데
문득,
낡은 마룻바닥의 온기가
발끝을 타고 스며든다.
다투고, 토라지고,
때로는 서운했던 날들조차
돌아보면 모난 돌이 닳듯
둥글게 굴러가는 이야기.
때로는 삐걱거리고,
때로는 멀어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단단해지는 곳.
웃음이 묻어나는 낮과
별빛이 스며든 밤이
한데 엮여 흐르는 곳.
우리 집이라는 말에는
늘 돌아갈 길이 보인다.
눈 감아도 선명한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잘 지어진,
내 어머니가 사시던 우리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