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인연

이 얀 2025. 1. 13. 05:22

길 잃은 바람이
우연히 창가를 스칠 때,
낯선 온기가 문틈으로 스며들었다.
그건 마치 오래전 흩어졌던 별빛이
다시 나를 찾아오는 순간 같았다.

처음엔 보이지 않는 실처럼
가늘게 엮였다.
어느 순간
잡음처럼 들려오는 말 속에,
잠깐 스쳐 가는 눈빛 속에,
아무렇지 않게 건넨 미소 속에
살며시 매듭이 생겨났다.

그러다 어느새
고운 베틀처럼 엮여 가는 날들이 쌓인다.
서로의 결이 다른 줄 알았는데
점차 같은 무늬를 만들어 간다.

하지만 인연이란
유리잔처럼
손끝 온도에 따라 깨질 수도 있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
잊힌 작은 약속 하나가
잔잔하던 표면에 금을 새긴다.

그러나 진실한 인연은
그 금조차도 품는다.
깨진 조각 위에
다시 서로를 맞추어가는 손길,
서툴지만, 진심으로 이어가는 숨결로
마침내 더 단단한 도자기를 만든다.

그렇게 같은 길을 걸으며,
눈물과 웃음을 나누고,
시간이라는 흙 속에 서로의 뿌리를 심는다.
언젠가 흙으로 돌아갈 날이 찾아와도
그 인연은 아름다운 꽃으로
결실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