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스민다는 것

이 얀 2024. 12. 30. 10:33

구름이 바람에 스미고
바람은 나뭇잎에 스미고
나뭇잎은 햇살에 스미어
세상은 그렇게 부드럽게 이어진다.

눈물은 뺨에 스미고
그리움은 밤에 스미며
이야기들은 서로의 침묵 속에 스며들어
마음이 되는 법을 배운다.

스미는 것은 느리게 움직이는 사랑,
비가 대지를 적시며
씨앗의 잠을 깨우듯
스미는 손길은 모든 것을 피어나게 한다.

한 조각 빛이 어둠을 파고들어
새벽을 여는 것처럼,
한 마디 위로가 얼어붙은 가슴을 녹이며
새로운 날을 시작하게 한다.

틈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 틈 사이로 꽃이 피고, 풀잎이 흔들리며,
삶은 그 스며듦 속에서
자기답게 자라난다.

스민다는 것은 용기다.
닫힌 문을 두드리는
부드러운 힘이며,
거절을 넘는 따뜻한 기다림이다.

스민다는 것은 소리 없는 기도다.
존재의 온도를 느끼게 하고,
감촉도 느껴지게 하는
가장 고요한 속삭임이다.

오늘도 나는 당신께 스민다.
당신의 눈빛, 당신의 숨결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어,
나도 어느새 당신의 일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