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그럭저럭 잘 지내

이 얀 2024. 12. 29. 19:54

삶은 끝없는 실타래,
바람에 흩날리듯 얽히고 풀린다.
너는 저 먼 곳에서
내가 알지 못할 풍경을 걷고 있겠지.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마음은 가는 선처럼 이어져 있다.

가끔 불쑥 찾아오는 그리움은
누군가 부는 작은 피리 소리 같아서,
문득 귀를 기울이면
네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럭저럭 그냥 잘 지내.”
너의 말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지친 하루에 스며들었다.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어쩐지 뭉클하게 다가왔다.

나는 나대로의 시간에,
너는 너대로의 시간에
온종일 시계추처럼 분주히 살아가지만,
때로는 그 흔들림 속에서
같은 박자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럭저럭 잘 지낸다는 건,
풀리지 않는 매듭을 다독이며
다시 한번 매만지는 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은
시간의 틈새를 비집고 자라는
강인한 들꽃 닮았다.

그러니 가끔은 잘 지내느냐며 물으며 살자.
사는 게 조금 지루하고 어려울 때
우리의 마음을 포개어 보자.
그럭저럭에 담긴 많은 의미를
서로를 향한 온기로 담아
작은 새싹 하나 틔울 수 있을 테니.

그래, 그렇게 사는 거다.
실타래를 풀어가며,
조용하지만, 단단히,
그럭저럭 그렇게 우리 잘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