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길들여진다는 건

이 얀 2024. 12. 25. 03:10

길들여진다는 건
어떤 모양으로든
시간과 손끝이 스며든다는 것.

뾰족하던 돌이
파도의 입맞춤에 둥글어지고,
가시에 찔리던 손이
장미의 향을 기억하게 되는 일.

어린 사슴의 겁먹은 눈빛도
마침내 손바닥을 허락하고,
눈밭에 새긴 발자국도
녹아 흐르며 흙에 스민다.

길들여진다는 건
반쯤 접힌 마음을
다 펼치며 바라보는 것.
날카로운 것들이 닳아 없어지고
부드러운 것들로 대신 채우는 것.

그래서 삶은,
길들여져가는 매 순간마다
조금씩 노래가 된다.
낡은 기타의 줄처럼,
때로는 아프게 떨리며
그러나 결국엔
자신만의 음을 찾는다.

길들여진다,
그것은 단지 굴복이 아니라
배움이자 수용이고,
마침내 조용히 물든
한 폭의 풍경이 되는 일.

그 길 끝에서 우리는
언젠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 이 삶이 내 것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