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그림자의 바다
이 얀
2024. 12. 21. 06:42
어둠은 바다였다.
별 하나 없는 검푸른 물결 위에
고요는 천으로 깔린 듯 누웠다.
그곳에 서 있는 나무,
뿌리는 달빛을 삼키며
몸통은 오래된 비밀을 안고 있었다.
가지 끝마다 걸린 작은 종,
울리지 않는 소리를 쥔 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바람의 손가락이
종의 입술을 스쳤다.
아무도 듣지 못할 멜로디가
공기 속에 흩어지고,
한 겹, 두 겹
그림자가 찢겨 나갔다.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나무,
그 아래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곳에서
부서진 바다를 건너려 했다.
몸을 내던질 때마다
그림자는 뿌옇게 흩어졌고,
손에 쥔 것은 무언가의 부재였다.
아침이 오면
그림자는 말라붙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 밤,
나는 그 바다를 다시 찾을 것이다.
빛과 어둠 사이의 경계에서
파도는 여전히 같은 말을 되뇌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