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선택

이 얀 2024. 12. 3. 00:21

시간은 뒤돌아가는 법이 없었다.
과거는 손안의 모래처럼 흘러내려갔고,
나는 그 모래 속에서
선택이라는 이름의 조약돌을 찾았다.
어느 순간들은 반짝였고,
또 어느 순간들은
투명한 무게로 마음을 눌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손에 남은 흔적을 사랑한다.
그것은 내가 걸어온 길이자,
선택의 결실이다.

삶은 한 폭의 짙은 안개였다.
앞을 보려 애쓰는 대신,
나는 발밑에 펼쳐진
작은 길들을 더듬으며 나아갔다.
이정표는 없었고,
선택은 늘 긴 침묵으로 다가왔다.
갈림길마다 고민하던 날들,
"만약"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무겁게 앉았던 밤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만약"들조차 내 길 위의 돌멩이였고,
그것들이 내 발자국을 이뤘다.

어느날 꿈결 같은 순간이 있었다.
어딘가로 돌아갈 수 있다면,
또다른 삶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어떤 풍경을 그릴까?
그러나 나는 그 가능성을 쥐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만든 선택들은
나만의 고유한 빛을 품고 있었으니까.
어둠이었던 날들에도,
그 빛은 어렴풋이 새어나왔으니까.

인생은 완벽한 대본이 아닌,
즉흥적인 시였다.
갈까 말까 주저하는 순간들은
구절이 되었고,
흔들리던 마음은 은유가 되었다.
선택의 틈새에서 엿본 희망이
운율을 만들었다.
나는 완벽하지 않은 이 시를 사랑했다.
그것이 나였고, 그것이 우리였다.

언젠가 다시 마주할
선택의 교차로에서
나는 또다시 망설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나는 최선을 다해
나만의 문장을 쓸 것이다.
그리고 그 문장이
또다시 미완성이어도 괜찮다.
삶은 결국,
그 미완성 속에서 가장 빛나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