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12월, 그리고 새로운 시작
이 얀
2024. 12. 1. 06:29







시간은 둥글게 굴러가는 수레바퀴.
금이 간 바닥을 스치며 돌아갈 때마다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 사라질 듯
흩어진 기억의 파편들을
다시금 붙잡으려 애쓴다.
12월, 그 이름을 가진 종착역.
모서리가 닳아 빛바랜 벤치에 앉아
손에 든 작은 상자를 열어 본다.
그 안에는 사라진 날들의 잔상이 빛을 발하고,
낡은 기억들이 종이배처럼 조용히 떠다닌다.
손끝에 닿는 잡힐 듯 사라지는 이야기들.
언덕 끝에 서서 뒤돌아본 네 눈에 비치는 것은
찢겨진 달력의 조각들.
그러나 너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돌아본다는 것은 뒤집힌 일기장을 펼쳐
새로운 글을 써 내려가는 일임을 알기에.
"무엇을 얻었는가?"라는 물음엔 답하지 말자.
빛바랜 손바닥에 남은 것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붙잡힌다 해도
그것은 곧 사라질 순간의 무게일 뿐.
버려야 할 것들.
숱한 감정의 잔재,
조각난 약속들,
그리고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의 온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남아 있는 것은 너의 숨결.
뿌연 겨울 하늘을 향해 내뱉는 하얀 입김은
여전히 네가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기억하자.
버린다는 것은 빈 공간을 만드는 일.
그곳엔 네가 다시 살아갈
새로운 삶의 무대가 펼쳐질 것이다.
마침내 찾아올 1월의 눈부신 약속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