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바람의 손길
이 얀
2024. 11. 26. 00:07
바람은 쉼없이 흐르며 세상을 떠돈다.
누군가는 서늘하다 말하고,
누군가는 그저 지나간다며 무심하다.
그러나 그는 안다.
아직 피지 못한 꽃들이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음을.
어둠이 자란 자리엔 잿빛이 앉는다.
고통은 자주 무게를 숨기고,
그 아래에서 작은 씨앗들은
그의 따스한 숨결에 부풀어 오른다.
아직 열리지 않은 시간 속에
희망의 여운이 담겨 있음을 그는 느낀다.
너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네 어깨를 타고 흐르는 한숨은
얼어붙은 강의 길을 닮았고,
마주치는 눈빛엔 맑은 물방울이 얼비친다.
거기서 사랑이 시작될 것이라 그는 속삭인다.
“힘껏 살아온 네게 꽃을 보낼 날이 있으리라.”
바람은 흘러 다시 머문다.
뒤돌아본 길 위엔 이름 모를 풀잎들이 자라나고,
낙엽의 속삭임은 아쉬움이 아닌 기도로 변한다.
아직 부르지 않은 노래들,
아직 쓰지 않은 시들이
너와 함께 새벽을 기다린다.
그러니 너는,
조급하지도 말고,
멈추지도 마라.
남은 시간은 충분하다.
그 안에 피어날 사랑의 꽃송이들이
이미 네 손 안에 있으리니.





